늘봄이야기
편안한 노후! 늘봄노인복지센터가 함께합니다.
따뜻한 돌봄에도 지켜야 할 경계가 있습니다
어르신은 90대이지만 평생 미혼으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문득문득 소녀 같은 모습과 표정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자녀가 없는 어르신 곁에는 조카와 조카며느님이 오랫동안 가족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주말이면 찾아와 텃밭을 대신 일구고, 필요한 식료품도 챙겨놓곤 했습니다. 방문요양을 담당한 요양보호사님과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고 어르신 역시 요양보호사님을 무척 좋아하셨기에 보호자와 센터 모두 별다른 걱정 없이 서비스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조금씩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을 대신해 장을 본 뒤 영수증이나 사용 내역이 명확하게 남지 않는 일이 있었고, 보호자가 어르신을 위해 사용하도록 맡겨둔 카드의 관리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센터에서는 금전과 관련된 일은 작은 부분이라도 명확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요양보호사님께 여러 차례 주의를 드리고 관련 내용을 교육했습니다. 요양보호사님 역시 앞으로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가 계속되었고,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 교체까지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뜻밖에도 가장 완강하게 반대한 사람은 어르신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요양보호사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보호자와 상의하여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지만, 이후 보호자가 어르신의 통장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전 관리에 관해 추가로 확인할 부분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센터는 더 이상 금전과 관련한 불분명한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해당 요양보호사와의 서비스 관계를 종료하고 다른 요양보호사로 교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설명드리자 어르신께서는 한동안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평생 미혼으로 살아오면서 자식 없이 지낸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해주는 요양보호사가 마치 딸처럼 느껴져 너무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일이 있어도 '딸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넘기셨다고 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르신에게 그 관계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수급자의 관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비어 있던 가족의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돌봄에는 더욱 분명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요양보호사와 대상자 사이에 따뜻한 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가족처럼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 관계에서 생긴 신뢰와 애정이 개인적인 금전 거래로 이어지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특히 고령의 어르신은 인지 상태가 양호하더라도 외로움이나 정서적 의존으로 인해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 종사자는 오히려 한 걸음 더 조심해야 하고, 기관과 보호자 역시 금전과 관련된 부분은 투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뜻하게 대해드리는 것과 사적인 관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다릅니다. 좋은 돌봄은 어르신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과 신뢰를 끝까지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돌봄에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지만, 그 따뜻함이 오래도록 좋은 관계로 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경계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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