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이야기
편안한 노후! 늘봄노인복지센터가 함께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밤10시 반 전화가 울립니다. 늦은 시각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이 비상사태에 가깝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거동이 되지 않는 어느 대상자님의 SOS입니다. 오후 돌봄 하는 요양사님이 물을 떠놓지 않고 갔다며 물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십니다. 직접 물을 가지러 가자니 갈 수 없고 어떻게든 일어선다고 해도 낙상위험이 너무 큽니다. 가까이 사시는 요양사님께 부탁드려봤으나 선생님은 갈 수 없다고 하십니다. 졸린 눈을 겨우 뜨고 차로 20분 거리의 대상자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가끔 이 대상자님은 화장실 이용 문제로도 전화를 하십니다. 소변에 이불이 젖었다고, 대변을 봐야하는데 일어설 수가 없다고....등등. 낙상으로 병원에 다녀오신 후 일어나 걷는 일이 힘들어졌습니다. 스스로도 노력한다고는 하나 큰 호전은 없습니다. 요양원까지 생각하지만 아직은 본인도 자제분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센터에서 종종 불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요양사님도 센터도 대상자님이 잔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을 시킵니다. 집으로 가는 동안 혼자서 처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 어느 때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좋아지는 기쁨에 환호하다가 순간의 실수로 넘어져 다시 낙상을 입는 일도 있어 원위치로 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고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대상자님은 또다시 일어서기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돌봄은 때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버텨내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합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내일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재가 돌봄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려는 대상자님의 의지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 요양사님들, 그리고 센터의 노력이 모여 오늘도 하루를 만들어 갑니다. 언젠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 어쩌면 돌봄이란 특별한 기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하루 더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대상자님이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도 그 곁에서 함께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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